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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우리 공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에 사용하던 단순 벨트 컨베이어를 안전 포장 허브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교체한 것이다.
교체 전까지 나는 매일 아침 불량률 보고서를 보며 한숨을 쉬곤 했다. 특히 포장된 제품이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손이 골칫거리였다.제품 하나하나가 수천 원에서 수만 원짜리인데, 하루 평균 30-40개가 깨지거나 찌그러져 나왔다. 월 단위로 계산하면 손실액이 상당했다.그런데 시스템을 바꾸고 나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도입 첫 달부터 파손률이 눈에 띄게 줄더니, 석 달째에는 무려 70%나 감소했다.이걸 숫자로 말하면 월간 손실액이 1200만 원에서 360만 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억 원 가까이 아낀 셈이다.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단순히 장비만 바꿔서 된 건 아니다. 핵심은 설정법에 있었다.같은 장비라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찾아낸 세 가지 설정법을 공유하려 한다.벨트 속도와 가속도 곡선의 미세 조정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단순히 '느리게' 한다고 파손이 줄어들까?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속도를 절반으로 낮추면 충격도 절반이 될 거라고. 실제로 해봤다.
분당 20미터에서 10미터로 줄였더니,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왜 그랬을까?이유는 간단했다.
속도가 느려지면서 컨베이어 위에 쌓이는 제품의 밀도가 높아졌고, 뒤에서 밀려오는 제품들이 앞 제품을 더 강하게 눌렀다. 게다가 느린 속도로 인해 생산라인 전체의 흐름이 끊기면서, 급정거와 재가동이 빈번해졌다.이 과정에서 제품들이 서로 부딪히며 파손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 자체가 아니라 가속도 곡선이었다.컨베이어 모터가 0에서 목표 속도까지 도달하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 일반적인 컨베이어는 모터가 갑자기 최고 속도로 회전하면서 벨트가 급격히 움직인다.이때 벨트 위에 있던 제품들은 관성에 의해 뒤로 넘어지거나 앞으로 쏠리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버터(주파수 변환 장치)의 파라미터를 손봤다.구체적으로 S자형 가속 곡선을 적용했다. 보통 공장에서 많이 쓰는 선형 가속(Linear Acceleration)은 속도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반면 S자형 가속은 처음에는 천천히, 중간에 빠르게, 마지막에 다시 천천히 속도가 올라간다. 마치 자동차가 부드럽게 출발하는 느낌이다.이 설정을 적용한 결과, 컨베이어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제품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기존에는 출발 순간 제품들이 2-3cm씩 미끄러졌는데, S자형 가속을 적용하자 미끄러짐이 0.3cm 이하로 줄었다.이 작은 차이가 파손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항목 | 기존 설정 (선형 가속) | 변경 설정 (S자형 가속) | 개선율 |
|---|---|---|---|
| 출발 시 제품 미끄러짐 | 2.5cm | 0.2cm | 92% |
| 정지 시 제품 충돌 횟수 (1시간 기준) | 47회 | 8회 | 83% |
| 제품 간 간격 유지율 | 72% | 96% | 24%p 증가 |
| 파손률 | 3.8% | 1.2% | 68% |
| 생산 속도 (UPH) | 1,200개 | 1,350개 | 12.5% 증가 |
표에서 보듯이 생산 속도까지 증가했다. 속도를 낮추지 않고도 파손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 간 충돌이 줄어들면서 라인이 매끄럽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병목 현상이 사라지니 전체 처리량이 오히려 늘었다. 속도 설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건 구간별 속도 차등화다.우리 공장 컨베이어는 총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제품 투입 구간, 이송 구간, 검사 구간, 포장 구간. 모든 구간을 같은 속도로 운영하면 문제가 생긴다.검사 구간에서는 제품이 천천히 지나가야 센서가 정확히 읽을 수 있는데, 너무 빠르면 인식 오류가 발생한다. 반면 이송 구간은 너무 느리면 제품이 쌓여서 압력이 높아진다.그래서 나는 구간별 속도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투입 구간은 분당 18미터, 이송 구간은 24미터, 검사 구간은 12미터, 포장 구간은 20미터. 각 구간 사이에는 완충 구간을 1미터씩 두고, 그 구간에서 속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켰다.이렇게 하니 검사 정확도는 94%에서 99.5%로 올랐고, 이송 중 파손은 거의 사라졌다. 이 설정법을 직접 해보려면 인버터 제조사 매뉴얼에서 '가속 시간(Accel Time)', 'S커브 비율(S-Curve Rate)' 파라미터를 찾아야 한다.대부분의 인버터는 이 기능을 지원하지만, 기본값이 0이나 1로 되어 있어 사실상 비활성화되어 있다. 이 값을 3-5로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진동 흡수 패드 배치와 롤러 간격의 과학
속도를 조정하고 나서 파손이 확 줄었지만, 아직도 특정 지점에서만 유독 제품이 깨지는 현상이 있었다. 처음에는 원인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카메라로 촬영해 느리게 돌려보고, 진동 측정기로 각 지점을 체크했다. 그 결과 문제는 진동이었다.컨베이어는 수많은 롤러와 모터, 체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부품이 돌아가면서 미세한 진동이 발생한다.문제는 이 진동이 특정 지점에서 공진(Resonance)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공진이란 진동수가 일치하면서 진폭이 증폭되는 현상이다.교량이 바람에 흔들리다 무너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 공진 지점은 컨베이어 중간 부분, 길이로 보면 7.2미터 지점이었다.거기서 진폭이 다른 곳의 3배까지 치솟았다. 제품이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면서 깨지거나 내용물이 흘러나왔다.해결 방법은 진동 흡수 패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깔아서는 효과가 없다.진동의 특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패드를 선택해야 한다. 진동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저주파 진동(10Hz 미만)과 고주파 진동(10Hz 이상)이다. 저주파 진동은 주로 모터와 체인에서 발생하고, 고주파 진동은 롤러와 벨트 마찰에서 생긴다.각각에 맞는 패드가 다르다. 저주파 진동에는 고무-코르크 복합 패드가 효과적이다.두께는 15mm 정도면 충분하다. 반면 고주파 진동에는 실리콘 폼 패드가 더 낫다.얇아도 5mm면 충분히 흡수한다. 나는 공진 지점인 7.2미터 지점에는 두 가지 패드를 겹쳐 사용했다.아래에 고무-코르크 패드(15mm), 위에 실리콘 폼 패드(5mm). 이렇게 이중 구조로 만드니 진폭이 82% 감소했다. 그리고 나머지 구간에는 3미터 간격으로 고무-코르크 패드를 한 겹씩 깔았다.비용은 패드 한 장에 2만-3만 원 수준이니 전체 라인(12미터)에 약 30만 원 정도 투자했다.| 진동 유형 | 발생 주파수 | 주요 원인 | 추천 패드 | 두께 | 효과 (진폭 감소율) |
|---|---|---|---|---|---|
| 저주파 진동 | 5-10Hz | 모터 회전, 체인 이음새 | 고무-코르크 복합 패드 | 15mm | 65-75% |
| 고주파 진동 | 15-30Hz | 롤러 마찰, 벨트 표면 | 실리콘 폼 패드 | 5mm | 70-85% |
| 충격 진동 | 순간적 | 제품 낙하, 급정지 | 우레탄 완충 패드 | 20mm | 80-90% |
롤러 간격도 진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유지보수팀이 롤러 한 개를 교체했는데, 그 이후로 그 주변에서 진동이 심해졌다.
알고 보니 교체한 롤러의 간격이 기존과 2mm 차이가 났다. 롤러 간격은 제품 크기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일반적으로 제품 길이의 1/3 이하로 간격을 유지해야 안정적이다. 예를 들어 30cm짜리 상자를 운반한다면 롤러 간격은 10cm 이하여야 한다.간격이 너무 넓으면 상자 가장자리가 롤러 사이로 빠져서 불안정해지고, 진동이 커진다. 우리 제품은 대부분 25cm 정사각형 상자다.그래서 롤러 간격을 기존 12cm에서 8cm로 줄였다. 롤러를 추가로 설치해야 해서 초기 비용이 50만 원 정도 더 들었지만,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제품이 롤러 위에서 흔들리는 현상이 거의 사라졌고, 파손률이 추가로 15% 줄었다. 진동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 가지 더 깨달은 점이 있다.컨베이어의 높이를 조절하는 레벨링 풋(Leveling Foot) 상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으면 컨베이어 프레임이 비틀리면서 롤러가 수평을 유지하지 못한다.이 경우 아무리 패드를 잘 깔아도 소용없다. 레벨링 풋을 조정해 각도 오차를 0.5도 이내로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수준기(Level gauge) 하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다.센서 위치와 감지 시간차 최적화
처음 두 가지 설정으로 파손률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1% 정도의 파손이 남아 있었다. 대부분 컨베이어의 합류 지점과 분기 지점에서 발생했다.
A 라인에서 오는 제품과 B 라인에서 오는 제품이 만나는 곳, 혹은 한 라인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서 충돌이 잦았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센서 타이밍이었다.컨베이어 시스템은 센서가 제품을 감지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모터를 멈추거나 방향을 바꾼다. 그런데 센서의 위치와 감지 시간차가 정확하지 않으면 제품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움직이면서 충돌한다.예를 들어 A 라인에서 제품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센서가 감지했는데, 그 신호가 B 라인의 컨베이어 모터에 전달되는 데 0.3초가 걸린다. 그 0.3초 동안 B 라인은 계속 돌아가고, 두 제품은 정확히 합류 지점에서 부딪힌다.이렇게 시간차가 누적되면 라인 전체가 엉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토센서의 위치를 재조정했다.기존에는 센서가 합류 지점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감지 후 모터가 정지할 때까지의 시간이 부족했다.나는 센서를 합류 지점에서 1.5미터 앞으로 옮겼다. 이 거리는 컨베이어 속도(분당 20미터)와 모터 응답 시간(0.2초)을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계산식은 간단하다. 모터 응답 시간(0.2초) × 컨베이어 속도(0.33미터/초) = 0.066미터. 여기에 안전 계수 2를 곱하면 약 0.13미터다.즉 이론상으로는 13cm만 앞에 두면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터의 기계적 지연, 센서의 감지 오차 등을 고려해 1.5미터로 설정했다.여유 있게 잡은 셈이다.| 센서 위치 | 감지 지연 시간 | 충돌 발생률 | 파손률 |
|---|---|---|---|
| 합류점 직전 (0.3m) | 0.15초 | 12.3% | 2.1% |
| 합류점 앞 0.8m | 0.08초 | 5.7% | 1.3% |
| 합류점 앞 1.5m | 0.02초 | 1.1% | 0.4% |
| 합류점 앞 2.0m | 0.01초 | 0.8% | 0.3% |
표에서 보듯이 1.5미터와 2.0미터의 차이가 크지 않다. 너무 멀리 두면 오히려 센서가 다른 제품을 잘못 감지할 위험이 있어서 1.5미터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센서 위치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감지 시간차(Time Delay) 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정해야 했다.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프로그램에서 각 센서의 입력 신호에 딜레이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우리 시스템에는 총 6개의 포토센서가 있다.각 센서의 위치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딜레이를 적용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합류 지점 앞 센서는 0.3초의 딜레이를, 분기 지점 앞 센서는 0.5초의 딜레이를 줘야 한다.이 값은 현장에서 실제로 제품을 흘려보내며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했다. 측정 방법은 이렇다.센서가 제품을 감지한 순간부터 모터가 실제로 반응할 때까지의 시간을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한다. 이 시간이 0.2초라면, PLC 딜레이는 0.2초 + 여유 시간(0.1초) = 0.3초로 설정한다.이렇게 모든 센서를 하나씩 조정했다. 이 작업을 마치고 나서 합류 지점의 충돌이 거의 사라졌다.이전에는 하루에 평균 15-20번의 충돌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2-3번 정도로 줄었다. 센서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설정은 감지 민감도(Sensitivity) 다.포토센서는 제품의 색상, 표면 재질, 투명도에 따라 감지 성능이 달라진다. 검은색 상자는 빛을 흡수해서 감지가 어렵고, 투명한 비닐 포장은 빛을 통과시켜 감지가 안 될 때가 있다.우리는 다양한 포장재를 사용하는데, 특히 은박 포장재가 문제였다. 표면이 반사되어 센서가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타입 포토센서로 교체했다. 일반 LED 타입보다 3배 정도 비싸지만(개당 15만 원 vs 5만 원), 감지 정확도가 99.8%로 훨씬 높다.레이저 센서로 교체한 후에는 은박 포장재도 문제없이 감지했다. 게다가 먼지나 오염에도 강해서 유지보수 주기도 늘어났다.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센서 렌즈를 닦아야 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만 닦아도 충분하다.마지막으로, 이 모든 설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베이스라인 측정이다.
현재의 파손률, 진동 수치, 센서 응답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지 않으면 개선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 나는 처음에 이걸 소홀히 해서 한 달 동안 헤맨 적이 있다.데이터 없이 감으로만 설정을 바꾸면 결과가 좋아도 원인을 알 수 없고, 나빠져도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 온도계, 진동 측정기, 오실로스코프, 간단한 PLC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초기 투자 비용은 100만 원 안팎이지만, 1년 치 파손 손실(약 1억 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 세 가지 설정법을 적용하는 데 든 총비용은 약 200만 원이었다.패드 30만 원, 롤러 추가 50만 원, 레이저 센서 3개 45만 원, 측정 장비 100만 원. 하지만 1년 동안 절감한 금액은 1억 원을 넘는다. ROI(투자 대비 수익)로 따지면 무려 50배다.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점이 있다. 장비 자체보다 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아무리 좋은 장비를 사도 현장에 맞게 세팅하지 않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대로 중간 정도의 장비라도 최적화된 설정으로 운영하면 고가 장비를 능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컨베이어 파손으로 고민이 있다면, 당장 인버터 설정부터 확인해보길 권한다. S자형 가속 곡선 하나만 바꿔도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진동 패드와 센서 위치는 그다음에 손보면 된다.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 하지 말고, 한 가지씩 적용하면서 그 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