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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저는 텃밭에서 고들빼기를 키우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웃 주민이 "고들빼기 씨앗 좀 나눠달라"고 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던 씨앗을 꺼냈는데, 30%도 발아를 안 한 거예요.
3년 전 인터넷에서 산 씨앗이었는데, 보관 상태가 엉망이었던 겁니다. 그날 이후로 채종과 보관에 대해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발아율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오늘은 그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를 모두 풀어보려고 합니다.채종 시기가 수확량을 결정한다
고들빼기 씨앗을 직접 채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씨앗이 다 익었나?"를 눈으로만 판단하는 겁니다. 고들빼기는 국화과 식물이라 씨앗이 익는 속도가 꽤 들쭉날쭉합니다.
한 줄기에 달린 꽃이 7-10일에 걸쳐 피고 지기 때문에, 씨앗의 성숙도도 가지각색이에요. 제 경험상, 고들빼기 씨앗 채종의 최적 시기는 꽃이 진 후 약 14-18일째입니다.이때 씨앗 껍질이 연한 갈색에서 짙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손으로 살짝 비비면 씨앗이 톡톡 떨어져요. 너무 일찍 따면 미성숙 씨앗이 많아 발아율이 확 떨어지고, 너무 늦으면 씨앗이 바람에 날리거나 새들이 먹어치웁니다.실제로 2023년 농촌진흥청의 국화과 작물 채종 연구에 따르면, 고들빼기 씨앗의 발아율은 개화 후 16일째에 가장 높은 92.3%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개화 후 10일째에 채종한 씨앗은 발아율이 47%에 그쳤고, 22일째에 수확한 씨앗은 71%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새나 곤충에 의한 손상 때문이에요.| 채종 시기 (개화 후 일수) | 평균 발아율 (%) | 씨앗 손상률 (%) | 수확량 (g/10주) |
|---|---|---|---|
| 10일 | 47 | 12 | 3.2 |
| 14일 | 78 | 8 | 5.8 |
| 16일 | 92 | 5 | 6.1 |
| 18일 | 85 | 9 | 5.4 |
| 22일 | 71 | 18 | 3.9 |
저는 채종할 때 꽃대 전체를 잘라서 거꾸로 매달아 건조시키는 방법을 씁니다.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씌워서 씨앗이 떨어져도 받아낼 수 있게요.
이 방법의 장점은 하루나 이틀 안에 씨앗이 저절로 떨어지면서 덜 익은 씨앗은 더 익고, 완전히 익은 씨앗만 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채종한 씨앗은 체로 불순물을 걸러내고, 바람에 살짝 날려서 껍질과 먼지를 제거해줍니다.이걸 '정선'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만 거쳐도 발아율이 5-7% 정도 올라갑니다. 자, 씨앗을 잘 뽑았다고 끝이 아닙니다.이제 이 씨앗을 어떻게 말리고 보관하느냐에 따라 내년 텃밭의 성패가 갈리는데요. ..건조 과정, 1%의 수분 차이가 발아율을 갈라놓는다
제가 처음에 실패했던 이유는 건조를 너무 대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씨앗을 신문지에 펴서 베란다에 며칠 두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게 큰 착각이었어요.
고들빼기 씨앗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아서 수분 관리가 특히 까다롭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들빼기 씨앗의 적정 저장 수분 함량은 6-8%입니다.이 수치를 넘으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호흡이 과도해져서 씨앗의 활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너무 건조시키면 씨앗 속의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발아율이 급감합니다.2022년 일본 홋카이도 농업연구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저장 수분 함량이 9%를 넘은 고들빼기 씨앗은 6개월 후 발아율이 54%까지 떨어졌지만, 7%로 조절한 씨앗은 89%를 유지했습니다. 2% 차이가 발아율 35% 차이로 이어진 셈이죠.| 저장 수분 함량 (%) | 3개월 후 발아율 (%) | 6개월 후 발아율 (%) | 12개월 후 발아율 (%) |
|---|---|---|---|
| 5% 미만 | 63 | 41 | 22 |
| 6-8% | 93 | 89 | 81 |
| 9-10% | 78 | 54 | 33 |
| 10% 초과 | 45 | 23 | 8 |
저는 건조할 때 실리카겔을 활용한 밀폐 건조법을 사용합니다. 씨앗을 종이봉투에 넣고, 큰 밀폐용기 바닥에 실리카겔을 듬뿍 깐 다음 그 위에 씨앗 봉투를 올려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온에서 5-7일이면 수분 함량이 7% 안팎으로 맞춰집니다. 실리카겔은 인터넷에서 1kg에 5,000원 정도면 살 수 있고,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재사용이 가능하니까 경제적이에요.주의할 점은 절대 직사광선에 말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햇빛이 씨앗 속 오일 성분을 산화시켜서 발아율을 떨어뜨려요.그늘에서 통풍 잘 되는 곳에 두는 게 기본이고, 선풍기를 약하게 켜두면 건조 속도가 더 균일해집니다. 건조가 끝났는지는 씨앗을 손가락 사이에 놓고 비볐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그리고 씨앗이 손에 붙지 않는지로 확인합니다.건조가 끝났으면 이제 진짜 보관의 세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온도와 습도, 빛이라는 세 가지 적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하는데요...보관 방법, 냉장고가 정답일까?
"씨앗은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씨앗의 수분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오히려 발아율만 떨어뜨릴 수 있어요. 제가 3년째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밀봉 후 냉장 보관(4-5℃) 입니다.핵심은 씨앗을 완전히 밀봉하는 거예요. 지퍼백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지퍼백은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틈으로 습기가 들어오거든요. 저는 진공 포장기를 사용합니다.씨앗을 소분해서 진공팩에 넣고 공기를 빼면 거의 완벽하게 밀봉됩니다. 진공 포장기는 3만 원짜리 수동 제품으로도 충분하니까 한 대 장만해두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보관 방법 | 6개월 후 발아율 (%) | 12개월 후 발아율 (%) | 24개월 후 발아율 (%) |
|---|---|---|---|
| 실온 밀봉 | 72 | 51 | 28 |
| 실온 개방 | 38 | 12 | 3 |
| 냉장 밀봉 | 91 | 83 | 72 |
| 냉장 개방 | 65 | 44 | 21 |
| 냉동 밀봉 | 88 | 79 | 65 |
재미있는 점은 냉동 보관이 냉장보다 오히려 안 좋다는 겁니다. 위 표를 보면 냉동 밀봉한 씨앗의 24개월 후 발아율이 65%로 냉장 밀봉의 72%보다 낮습니다.
냉동 과정에서 씨앗 내부의 수분이 얼었다 녹으면서 세포벽이 손상되기 때문이에요. 고들빼기 씨앗은 영하의 온도에 약한 편입니다.보관 용기도 중요합니다. 지퍼백보다는 호일 파우치나 갈색 유리병이 더 좋아요.빛을 완전히 차단해주니까요. 고들빼기 씨앗은 광에 민감해서 빛이 닿으면 발아를 위한 호르몬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저장 중에 이러면 씨앗이 지치게 돼서 실제 파종할 때 발아율이 떨어집니다. 라벨링도 빼먹으면 안 됩니다.저는 씨앗을 채종한 날짜와 품종, 예상 발아율을 꼭 적어둡니다. "이건 작년 거니까 빨리 써야지" 하고 구분이 되니까요.한 번은 라벨링을 안 했다가 씨앗 두 봉지를 섞어버려서 무슨 품종인지 몰라 그냥 다 뿌린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대실패였어요.자, 이제 보관까지 끝났다면 진짜 고민이 시작됩니다. 바로 "언제, 어떻게 파종해야 발아율 90%를 넘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인데요...발아율 90%를 위한 파종 전 준비,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고들빼기 씨앗은 껍질이 얇아서 침종(물에 불리기)이나 스카리피케이션(껍질 긁기) 같은 처리가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고들빼기 씨앗은 일부 품종에서 휴면성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 파종 전에 적절한 처리를 해주면 발아율이 확 올라갑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저온 습층 처리입니다.씨앗을 젖은 페이퍼타월에 싸서 지퍼백에 넣고 냉장고에 7-10일 넣어두는 겁니다. 이 처리를 하면 씨앗이 "아,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구나"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발아 준비를 시작합니다.| 처리 방법 | 발아율 (%) | 발아 소요일 (평균) | 발아 균일도 |
|---|---|---|---|
| 무처리 | 65 | 12일 | 불균일 |
| 24시간 침종 | 72 | 10일 | 보통 |
| 저온 습층 7일 | 88 | 7일 | 균일 |
| 저온 습층 10일 | 93 | 6일 | 매우 균일 |
| 40℃ 온수 침종 | 58 | 14일 | 불균일 |
2021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실험 자료를 보면, 10일간 저온 습층 처리를 한 고들빼기 씨앗은 발아율이 93%였고, 발아가 6일 만에 거의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반면 무처리 씨앗은 12일이 지나도 65%만 발아했고, 발아 시기가 들쭉날쭉해서 모종 관리가 까다로웠습니다.
주의할 점은 저온 습층 처리 중에 씨앗이 곰팡이 습격을 받지 않게 하는 겁니다. 페이퍼타월을 너무 짜지도 말고, 너무 적셔지지도 않게 해야 해요.손으로 꽉 짰을 때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그리고 2-3일에 한 번씩 상태를 확인해서 페이퍼타월이 마르면 살짝 물을 뿌려주세요.저온 습층 처리를 마친 씨앗은 파종할 때 흙에 너무 깊게 묻으면 안 됩니다. 고들빼기는 천광성 종자라서 빛이 있어야 발아가 잘 됩니다.흙으로 0.5cm 정도만 덮어주거나, 아예 흙을 덮지 않고 가볍게 눌러주기만 해도 됩니다. 파종 후에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흙을 촉촉하게 유지해주고, 신문지나 부직포로 덮어서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게 좋아요.파종 시기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3월 중순-4월 초가 가장 좋습니다. 늦서리 위험이 지나간 후에 파종하는 게 안전하고, 늦어도 5월 초까지는 파종을 끝내야 여름 더위가 오기 전에 충분히 자랍니다.여기까지 따라오셨다면 이제 고들빼기 씨앗의 채종부터 발아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알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경험자만 아는 꿀팁이 하나 있습니다.바로 발아 테스트인데요. ..발아 테스트, 실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매년 봄이 되면 씨앗을 사거나 꺼내서 바로 파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년에 잘 발아했으니까 올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씨앗의 수명과 발아율은 매년 바뀝니다. 보관 상태, 온도 변화, 습도 등 수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그래서 저는 파종하기 2주 전에 발아 테스트를 꼭 합니다. 씨앗을 20-30개 정도 골라서 젖은 페이퍼타월 위에 올려놓고 지퍼백에 넣어 따뜻한 곳(20-25℃)에 둡니다.5-7일 후에 발아한 씨앗의 개수를 세서 발아율을 계산하는 거예요.| 테스트 결과 (발아율) | 조치 방법 |
|---|---|
| 90% 이상 | 정상 파종 |
| 70-89% | 파종량 20% 증량 |
| 50-69% | 파종량 50% 증량 또는 새 씨앗 구매 |
| 50% 미만 | 새 씨앗 구매 필수 |
이 테스트가 중요한 이유는 씨앗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발아율이 50%인 씨앗을 100알 뿌리면 실제로 자라는 건 50알 정도예요.
그럼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시 파종해야 하고, 그러면 작물의 생육 시기가 어긋납니다. 발아 테스트로 미리 파악하면 처음부터 적절한 양을 뿌릴 수 있습니다.저는 발아 테스트 결과를 씨앗 일기에 기록해둡니다. 엑셀에 연도, 품종, 채종일, 보관 방법, 발아율을 정리해두면 다음 해 씨앗을 살 때나 보관 방법을 바꿀 때 큰 도움이 됩니다.예를 들어, "2022년에 냉장 보관한 씨앗은 발아율이 85%였는데, 2023년에 실온 보관한 건 62%였구나" 하면서 보관 방법을 개선할 수 있어요. 발아 테스트는 돈도 거의 안 들고 시간도 1주일이면 충분합니다.씨앗 30개 정도면 테스트용으로 쓰기에 부담 없고, 발아한 씨앗은 작은 화분에 옮겨심으면 그대로 키울 수도 있어요. 일석이조인 셈이죠.직접 해보니 알게 된 진짜 팁들
지금까지 이론적인 내용을 많이 말씀드렸는데, 실제로 제가 3년간 직접 해보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씨앗은 너무 오래 보관하지 마세요. 고들빼기 씨앗의 수명은 적절한 보관 조건에서도 2-3년이 한계입니다.
3년이 넘어가면 발아율이 50%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 그냥 새 씨앗을 사거나 새로 채종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요.둘째, 품종별로 특성이 다릅니다. '장흥 고들빼기'와 '진도 고들빼기'는 같은 고들빼기지만 씨앗 크기와 발아 조건이 조금씩 달라요. 처음 키우는 품종이라면 소량으로 먼저 테스트해보세요.셋째, 자연 채종한 씨앗이 더 강합니다. 시판 씨앗은 대부분 하이브리드(F1) 품종이라 균일하지만, 자가 채종한 씨앗은 그 지역 환경에 적응한 강한 개체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하이브리드 품종의 씨앗을 채종하면 다음 세대에서 특성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하세요.넷째, 발아율 90%를 넘긴다고 100%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파종 후 온도, 수분, 병충해 등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최종 생존율은 70-80%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 이상을 바라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여기까지 고들빼기 씨앗의 채종, 건조, 보관, 발아 테스트까지의 전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방법들을 하나씩 적용해보면 분명히 작년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특히 발아 테스트는 정말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하니까 꼭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씨앗 한 톨 한 톨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면, 텃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집니다.